84억.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 AI 슬롭 영상의 누적 조회수입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AI 기본법을 시행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를 규제하는 법을 만든 나라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쓰레기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법이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AI 슬롭이 범람하는 건 법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클릭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의 선택을 학습합니다. 매번 무심코 누르는 그 클릭이, 어쩌면 AI 시대의 문화를 결정하는 투표일지도 모릅니다.
클릭이 만드는 쓰레기 생태계
2025년 11월, 글로벌 영상 플랫폼 카프윙이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은 'AI 슬롭' 소비량 세계 1위 국가입니다. 슬롭(Slop)은 음식물 쓰레기라는 뜻으로, AI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콘텐츠, 무차별적이고 침해적인 방식으로 배포되는 콘텐츠입니다.
더 충격적인 건 유튜브에 새 계정을 만들어 쇼츠 500개를 보면, 그중 21%가 AI 슬롭이고 33%가 '브레인롯(뇌를 썩게 만드는 영상)'입니다. 신규 사용자에게 추천되는 영상 5개 중 1개가 AI 쓰레기인 셈입니다. 이 생태계는 우리의 클릭으로 유지됩니다.
84억, 숫자가 아니라 질문입니다
카프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반 AI 슬롭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수는 84억 5천만 회입니다. 2위 파키스탄 53억 회, 3위 미국 34억 회를 압도적으로 앞섭니다. 한국의 대표적 AI 슬롭 채널 한 곳의 광고 수익 추정치 58억 원입니다. AI로 만든 가짜 영상이 이 정도의 돈을 법니다.
전 세계 상위 유튜브 채널 1만 5천 개 중 278개가 AI로만 제작된 저품질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으며, 이들의 누적 조회수는 630억 회를 돌파했습니다. 저비용 자동화에 기반한 AI 슬롭이 하나의 수익 모델로 굳어지면서 '디지털 오염'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AI 기본법의 야심과 한계
2026년 1월 22일,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을 시행했습니다. 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포괄적 AI 규제 체계를 갖춘 것이지만, 실제 전면 적용은 한국이 가장 빠릅니다. 핵심은 '고영향 AI'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와 생성형 AI로 만든 콘텐츠에 'AI가 만들었다'는 표시 의무화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AI 기본법은 'AI 사용 여부'에 집중합니다. AI 슬롭 문제의 본질은 '사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AI로 만든 교육 콘텐츠와 브레인롯 영상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AI 스타트업 101개사 중 98%가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법은 시행됐지만, 현장은 준비가 안 된 겁니다.
오스카는 의도를 봅니다
2025년 4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새로운 AI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생성형 AI의 사용 여부는 후보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심사 시 인간 창작자의 창의적 기여가 중심이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AI를 썼느냐 안 썼느냐가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이 중심에 있었느냐를 봅니다. 도구가 아닌 의도를 보는 것입니다.
한국의 AI 기본법은 어떤가요? 'AI로 만들었으면 표시하라.' 도구에 집중합니다. 물론 시작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AI 콘텐츠의 맥락과 의도, 사회적 해악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법의 방향이 맞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본질은..
뉴스레터 소개ㅣ인사이트 클럽에서 발행하는 통찰과 영감에 관한 소식지입니다. 인공지능과 인사이트를 통해 좋은 영향력을 만들고 나누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뉴스레터 구독은 무료입니다. 프롬 수업 참석자에게는 별도의 프리미어 혜택이 배달됩니다. ➡️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