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천 개 중 하나를 고르는 안목
- 1초에 100개, 그중 단 하나
- OTT의 역설, 무한한 선택 앞의 마비
- 미드저니 1000장의 함정
- 숏폼 드라마 대본에서 배운 선택의 기술
- 선택 리터러시의 3단계
- 프롬 스튜디오가 제시하는 것, 옵션이 아닌 통찰
- 선택 근육을 키우는 법
- 생성은 AI가, 선택은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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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순식간에 수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중 단 하나를 선택하는 데는 20년의 경력이 필요합니다. 생성 능력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졌는데, 선택 능력은 여전히 희소합니다. 우리는 '만드는 법'만 배우고 '고르는 법'은 배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롬프트 작성법을 가르치는 강의는 넘쳐나지만, 생성된 결과물을 평가하는 안목을 키우는 교육은 찾기 어렵습니다. 젠디맨드 시대의 진짜 리터러시는 생성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넷플릭스에는 수만 개의 콘텐츠가 있지만, 정작 우리는 30분 동안 무엇을 볼지 고민하다 지쳐 잠듭니다. 선택 피로(Choice Fatigue)입니다. 옵션이 많을수록 결정은 어려워지고, 만족도는 떨어집니다. AI 생성 시대도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미드저니는 프롬프트 하나로 수십 장의 이미지를 만들고, ChatGPT는 10가지 버전의 기획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게 맞나?"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멈춥니다. 큐레이션이 곧 권력이 되는 이유입니다. OTT 시대가 알고리즘 추천의 시대로 진화했듯, AI 시대는 선택 안목의 시대로 진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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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를 입력하고 1분 후, 화면에는 50장의 이미지가 펼쳐집니다. 다시 변형하고, 다시 생성하면 어느새 1000장입니다. 놀라운 속도입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작업은 멈춥니다. 어느 것이 '좋은' 이미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성 속도와 판단 속도의 불균형이 만드는 피로감입니다. 결국 가장 처음 나온 이미지를 선택하거나, 아예 작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성은 AI가 했지만, 생성 이후의 혼란은 오롯이 인간의 몫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옵션이 아니라 더 명확한 기준입니다.
프롬 스튜디오가 숏폼 드라마 대본 2편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생성이 아니라 선택이었습니다. AI는 수십 가지 플롯 전개를 제안했고, 각 장면마다 다양한 대사 옵션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의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가, 짧은 형식 안에서 강렬한 서사를 담아내는가, 캐릭터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가. '좋은 것'이 아니라 '맞는 것'을 고르는 안목입니다. 선택은 취향이 아니라 전략이었고, 직관이 아니라 맥락이었습니다. AI가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인간은 플랫폼과 시청자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AI가 재료를 주었다면, 인간은 요리법을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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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식별(Identification)입니다. 옵션들 사이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두 이미지가 거의 비슷해 보여도, 색온도, 구도, 시선의 방향이 다릅니다. 두 번째는 평가(Evaluation)입니다. 차이를 아는 것과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옵션이 프로젝트의 목적, 타깃, 맥락에 비추어 적절한가를 따져야 합니다. 세 번째는 조합(Combination)입니다. 완벽한 단일 옵션은 없습니다. A의 구도와 B의 색감, C의 디테일을 결합하는 재구성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세 단계는 독립적이지 않고 순환적으로 작동합니다. 선택은 일회적 판단이 아니라 반복적 사고 과정입니다.
클라이언트는 100개의 시안이 아니라 1개의 답을 원합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책임의 방기입니다. 프롬 스튜디오의 역할은 생성 이후에 시작됩니다. 수백 개의 옵션을 큐레이션하고, 맥락을 부여하고, 전략적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20년 기획자의 가치는 여기에 있습니다. AI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인간은 방향을 결정합니다. "함께 만들자"는 말의 진짜 의미는 '함께 선택하자'입니다. 생성은 시작이고, 선택이 완성입니다. 프롬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생성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안목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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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도 훈련으로 강해집니다. 먼저 소량 생성부터 시작하세요. 100개를 만들고 고민하지 말고, 10개를 만들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세요. 기준이 생기면 비교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왜 A가 B보다 나은가, 구체적인 기준을 정리해 보세요. 선택 일지를 작성하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나는 왜 이 이미지를 선택하고 저 문장을 버렸는가. 기록은 패턴을 만들고, 패턴은 안목이 됩니다. 타인의 피드백도 중요합니다. 나의 선택 기준을 객관화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잘못된 선택의 축적이 곧 안목의 성장입니다. 선택 근육은 사용할수록 강해집니다.
AI 시대의 리터러시는 프롬프트 작성이 아니라 결과 판별입니다. 생성 능력은 이미 평준화되었습니다. 이제 차별화의 지점은 선택 안목입니다. 좋은 프롬프트를 쓰는 사람보다, 좋은 결과를 고르는 사람이 더 가치 있습니다. 젠디맨드 시대는 생성을 명령하는 시대가 아니라, 생성된 것 중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시대입니다. 인간은 시작하고, AI가 확장하고, 다시 인간이 선택하며 완성합니다. 이것이 프롬이 말하는 'humans start, humans finish'의 본질입니다. 당신 앞에 천 개의 옵션이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건가요? 그 선택이 곧 당신의 안목이고, 당신의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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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생각' 소개ㅣ2023년부터 국내 최초의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설립하고 인공지능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콘텐츠 제작하는 일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고, 누구보다 깊이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누적 700명과 함께 AI 수업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MBC C&I 'AI Contents Lab', 한국영상대학교, 거꾸로캠퍼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외 콘텐츠 회사들의 AI & 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또한 본업인 기획과 PR을 하면서 인사이트 클럽 대표로 약 1만 명 규모의 AI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 프로필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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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키친ㅣAI 인사이트 클럽에서 발행하는 통찰과 영감에 관한 소식지입니다. 인사이트를 통해 좋은 영향력을 만들고 나누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뉴스레터 구독은 무료입니다. 살롱 참석자에게는 별도의 프리미어 혜택이 배달됩니다. 💌 클럽 참여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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